6.25무공훈장찾기

무공훈장 60년만에 6ㆍ25 용사들 가슴에(전남일보 2010.6.7)

유연신.최경순 2010. 6. 7. 16:24

무공훈장 60년만에
6ㆍ25 용사들 가슴에
서훈 몰랐던 훈장들
현충일 맞아 발굴작업
호남지역 77명 확인
입력시간 : 2010. 06.07. 00:00



"평생을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훈장 수여소식을 듣고 아버지가 60여년 만에 다시 살아오신 것 만 같았습니다."

광주 광산구 신창동에 살고 있는 양순자(60ㆍ여)씨. 1950년도에 태어난 양씨는 평생 아버지 얼굴을 모르고 살아왔다.

양씨의 아버지 양재주 중사는 1949년 군에 입대한 뒤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숱한 전투를 겪었던 양 중사는 안타깝게도 종전을 꼭 한 달 보름 앞둔 1953년 6월12일 강원도 양구 방산지구 전투에서 전사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54년 10월15일 양 중사에게 '화랑무공훈장'이 추서됐지만 56년 동안 훈장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전후 어수선한 상황 등으로 유족들에게 이같은 사실이 전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씨는 "지난달 28일에서야 국가보훈처로부터 아버지의 무공훈장을 받으라는 연락을 받고 한동안 잊고 있었던 아버지 생각이 나 너무나 가슴이 뭉클했다"면서 "이번을 계기로 다른 국가유공자 가족들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당시 참전했던 군인들에게 수여됐던 무공훈장이 60여년 만에야 어렵게 주인을 찾고 있다. 광주지방보훈청은 6일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특별사업으로 '무공훈장 발굴 사업'을 진행했는데 석달 만에 무공훈장 82개의 주인을 찾았다고 밝혔다.

광주보훈청은 지난 3월부터 '훈장 발굴 사업'을 진행했다. 보훈청은 등록된 6ㆍ25참전 유공자나 전몰 유적들의 기록을 토대로 이름과 군번, 생년월일을 정리한 다음 육군본부가 가지고 있던 '무공훈장 수여 대상자' 기록과 대조해 나갔다. 이렇게 해서 광주와 전남ㆍ북 지역에서만 생존해 있는 참전유공자 31명과 유가족 46명이 60여년 만에 무공훈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김금남(80ㆍ광주 광산구) 씨 등 5명은 6ㆍ25전쟁 당시 받은 훈장이 2개나 됐다.

이들은 오는 17일 정부합동청사 대강당에서 60여년 만에 훈장을 받게된다. 전달되는 훈장은 천안함 사고로 전사한 장병들에게 추서된 것과 같은 '화랑무공훈장'이다. 57년만에 훈장을 받게 된 박형식(80)씨는 "그동안 훈장 서훈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야 알게 됐다. 훈장은 내 생명이나 똑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전쟁 당시 수여가 결정된 무공훈장 16만2950개 중 절반 이상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본인이나 가족에게 전달된 것은 7만8709개뿐이며 나머지 8만4241개는 지금도 기록으로만 남아있다. 이처럼 전달되지 못한 훈장이 많은 것은 대상자가 전사했거나 전후 어수선한 사정으로 본인이나 전사자 가족들에게 훈장 수여 사실이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정부의 태도도 한 몫 했다.

이에따라 국가보훈처와 육군본부 등은 뒤늦게나마 광주보훈청의 '훈장 발굴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훈장을 찾지 못한 대상자나 유족은 육군본부로 직접 신청해도 된다.

광주지방보훈청 유연신 보상과장은 "한국전쟁 당시 어수선했던 상황 탓에 훈장들이 주인을 찾지 못한 것 같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목숨을 담보로 나라를 지킨 유공자들에게 값진 훈장을 전달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hs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