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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세계의 명소 꿈꾸는 국립 5·18 민주묘지(광주일보 :2008.5.15)

유연신.최경순 2008. 5. 16. 11:40
[기고]세계의 명소 꿈꾸는 국립 5·18 민주묘지
올해도 어김없이 5월은 찾아왔다. 며칠 후 치러질 제28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준비에 여념이 없지만 필자 또한 한그루 이팝나무가 되어 해마다 잊지 않고 찾아주는 고마운 분들에게 이팝나무의 향기를 선사한다.
지난 1997년 조성된 국립 5·18 민주묘지는 5·18 민주화운동의 위상이 제고되어 2002년 7월27일 국립묘지로 승격됐다. 매년 대통령이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국제 주요 인사들도 참배할 정도로 세계 속의 민주성지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5·18 민주화운동 관련 안장 대상자가 5차 보상을 기준으로 4천362명에 달하나 조성된 묘역은 784기에 불과하다. 향후 잔여 묘역은 220여기에 불과하다. 만장에 대비한 묘역 확장 방안과 더불어 어린 세대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 등 다각적인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우선 수평적인 확장은 주변의 부지를 매입하여 제2, 제3의 추가 묘역을 조성하는 것이다. 수직적 확장방안으로는 기존 시설물을 활용해 봉안시설을 건립하는 것 등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종사원들의 마인드 제고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선진 국내외 사례에 대한 벤치마킹도 있다.
최근 제천시 기념물 제118호로 지정된 배론성지를 다녀왔다. 제천 천주교에서는 인근의 교회 공동묘지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그 대안으로 주민들에게 혐오감이나 공포심을 주지 않기 위해 성지 배론에 조각공원을 설치하였다.
이 배론성지에 설치된 조각공원 봉안시설은 포토리얼리스틱 조각기술을 적용하여 오석판재에 조각된 벽화가 두드러지며, 주변의 자연과 조화를 중시하였다. 봉안당이라는 사실을 밝히기 전까지는 이곳이 봉안시설이라는 것을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배론성지의 조각공원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우리 국립 5·18민주묘지의 묘역 곡장 앞 담장을 이용하여 병풍식 봉안시설을 건립하는 방법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젖어본다. 봉안함의 덮개를 일반적인 형태가 아닌 민주항쟁 이미지를 부각시킬수 있는 사진·그림 등을 벽화나 부조형태로 연출하여 당시 항쟁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새겨 넣은 다면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사건을 예술적 승화와 동시에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 세계속의 명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봉안시설의 경우 현재 생존한 5·18 민주유공자 분들의 새로운 장묘 문화에 대한 이해와 훗날 먼저 영면하신 동지들과 현재의 묘역 안에서 같이 영면할 수 있는 공감대 형성 등을 전제로 검토 될 수 있다고 본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는 첫째, 나라를 되찾은 독립정신 둘째, 조국을 지켜준 호국정신 셋째, 5·18민주화운동을 통한 민주정신 등 3대 시대정신의 바탕위에 이룩되었다. 따라서 국립 5·18 민주묘지가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다지는 성지, 온 국민이 즐겨 찾는 열린 문화공간, 세계속의 명소로 거듭나도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애정이 넘치는 가운데 국민과 함께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최경순 국립 5·18민주묘지 의전과장